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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그렉,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이자 뮌헨의 영웅

그란데 사커 2023. 2. 16. 22:57

3년 전 오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이자 뮌헨의 영웅, 해리 그렉(Harry Gregg)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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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10월 27일, 북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인 토버모어에서 태어난 해리 그렉.

그는 북아일랜드의 명문 클럽인 린필드 FC의 리저브 팀, 윈저 파크 스위프트와 지역 클럽이었던 콜레인 FC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낸다.

그리고 1952년, 만 19세의 나이로 잉글랜드로 건너가 돈캐스터 로버스와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1954년부터는 북아일랜드의 주전 수문장 자리를 꿰찬다.
 
어린 나이에도 훌륭한 활약을 펼치던 해리 그렉은 젊고 유망한 선수들을 물색하고 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맷 버스비(Matt Busby)의 눈에 들게 된다.

그렇게 1957년 12월, 해리 그렉은 25세의 나이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다.
 
이적료는 23,500파운드, 골키퍼 역대 최고 이적료였다.

돈캐스터 로버스 명예의 전당 헌액자, 해리 그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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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리그 3회 연속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던 잉글랜드 최고의 팀이었다.

맷 버스비 감독의 휘하에 육성된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은 '버스비 아이들(Busby Babes)'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클럽의 무수한 영광을 이끌 것만 같았으며 해리 그렉은 입단하자마자 주전 골키퍼로 자리매김한다.

또한 1957/58 유러피언컵에서도 승승장구하며 대회의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클럽의 역사를 바꿀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한다.

1958년 2월 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레드스타 베오그라드의 원정에서 유러피언컵 8강 2차전을 치러 4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베오그라드에서 맨체스터로 직행 예정이던 비행기는 눈이 내리고 있던 독일의 뮌헨-림 공항에서 급유를 위해 멈춘다.

급유 이후 선수단이 타고 있던 비행기는 이륙을 시도했으나 엔진 문제로 이륙하지 못했으며, 2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비행기의 기장은 3번째 이륙을 시도한다.

그리고 비행기는 쌓인 눈이 있던 활주로 끝으로 진입하며 급격히 속도가 줄기 시작하여 이륙이 불가한 상태가 되었고, 남아있던 활주로의 길이 또한 짧았기에 정지할 수도 없게 된다.

결국 비행기는 활주로를 넘어 울타리를 뚫고 집과 나무에 부딪히며 왼쪽 날개가 부서졌고, 이후 기체의 뒷부분은 더 미끄러져 연료 트럭에 있던 나무 차고와 충돌하며 화염에 휩싸인다.

뮌헨 항공 참사, 이 참사로 44명의 승객 중 20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1명은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 2명은 병원에서 숨을 거둔다. 그리고 23명의 사망자 중 8명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다른 2명의 선수는 경기에 다시는 뛸 수 없었다.
 
뮌헨 항공 참사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On this day in 195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시계는 멈췄습니다: 뮌헨 항공 참사

1958년 2월 5일, 맷 버스비(Matt Busby) 감독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레드스타 베오그라드의 원정으로 떠나 유러피언컵 8강 2차전을 치렀다. 결과는 3 대 3 무승부였지만 1차전에서 승리한 맨체스터

grandesoccer.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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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해리 그렉은 '뮌헨의 영웅'이었다.
 
그는 맷 버스비 감독과 바비 찰튼, 존 블랜치플라워, 데니스 바이올렛 등의 선수들을 포함한 승객들을 필사적으로 구조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한다.
 
아래는 당시 상황에 대한 그의 진술이다.
 
"창문 밖에 나무와 집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갑자기 모든 것이 검게 변하고 불꽃이 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무언가에 뒤통수를 세게 맞았고 머리 윗부분이 잘려나간 줄 알았습니다. 비행기는 크게 기울었습니다. 침묵과 어둠만이 있었고 저는 제가 죽은 줄 알고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나에게는 멋진 삶과 가족이 있다!

사방에서 쉿쉿거리는 소리가 났고 저는 제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안전벨트를 풀고 기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의 기장은 소화기를 들고 나타나서 도망가라고 소리쳤습니다. 급히 도망치던 중 저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었고 살아 있는 아기가 있다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 아기를 찾아 옮겼으며 비행기의 무전 통신사가 아기를 데려갔습니다. 저는 다시 잔해 속으로 들어가 상태가 위급해 보이던 아기의 어머니를 발견하였으며 비행기를 걷어차서 만든 구멍으로 그녀를 내보냈습니다. 또한 저는 팀의 선수였던 앨버트 스캔런을 발견하고 그를 빼내려 했지만 그의 발은 잔해에 깔려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사진작가였던 피터 하워드는 스캔런의 곁에서 그를 돕고 있었습니다.
 
저는 비행기의 뒤쪽으로 달려갔고 바비 찰튼과 데니스 바이올렛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그들이 죽은 줄 알고 마네킹을 다루듯 그들을 끌고 비행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옮겼습니다. 그리고 저는 존 블랜치플라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를 찾다가 비행기의 끝부분이 화염에 휩싸인 것을 보았습니다. 그곳에 있던 맷 버스비 감독은 의식이 있었지만 가슴을 감싸 쥐고 다리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으며 저는 그를 부축하였습니다. 또한 블랜치플라워는 부르짖고 있었고 로저 번은 죽은 채로 누워 있었습니다. 블랜치플라워의 팔은 심각한 상태였고 출혈이 심해서 저는 넥타이로 그의 상처를 묶었습니다. 너무 세게 잡아당겨 넥타이가 끊어졌지만 남은 부분으로 상처를 묶을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비행기의 불타는 절반에서 약간의 폭발이 있었고 저는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바이올렛과 찰튼이 화염을 보서 서 있었습니다. 정말 안심했습니다. 그 직후 구조 대원들이 상황을 해결하고 있는 것을 보고, 저는 무릎을 꿇고 울며 우리 중 일부가 살아남은 것에 대하여 신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저는 죽음을 처음으로 목격하였으며 다시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바비 찰튼 경과 해리 그렉. "그의 동료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바비 찰튼-

 
 
참사 25년 후, 해리 그렉과 그가 당시에 구한 아기였던 베스나 루키치는 재회하여 당시의 상황에 대해 말했다.
 
"참사 당시 어머니는 임신 3개월 차였고, 무사히 태어난 아기는 현재 24살의 멋진 언론인이 되었으며 지금은 군복무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해리 그렉을 슈퍼맨이자 매우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그가 없었다면 저는 여기에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해리 그렉이 구출한 유고슬라비아의 모녀. 베라 루키치와 베스나 루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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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남은 시즌은 그대로 마무리될 것 같아 보였으나 지미 머피(Jimmy Murphy) 부감독을 필두로 여러 선수들을 영입하고 클럽의 기존 후보 선수들과 유망주들을 적극 기용하며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세계의 여러 클럽들과 축구계의 노력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시즌의 남은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계속된 숱한 재건을 위한 노력으로, 맷 버스비 감독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963년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하였으며, 1964/65 시즌과 1966/67 시즌에는 리그 우승을 차지한다.
 
비록 해리 그렉은 고질적인 부상으로 1967년 여름, 스토크시티로 이적하였으며 팀의 확고한 주전 골키퍼도 아니었으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명가의 부활을 알린다.
 
그리고 1967/68 시즌, 참사 발생 10년여 만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연장전 끝에 벤피카를 꺾고 유러피언컵 우승을 차지하며 하늘에 있는 팀 동료들에게 빅 이어를 선사한다.
 
비록 해리 그렉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이러한 영광은 없었을 것이며 현재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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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6일, 해리 그렉은 사랑하는 가족들의 곁에서 편히 잠들었다.
 
뮌헨 항공 참사의 마지막 생존자인 바비 찰튼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리고 축구계는 그를 추모하며 다시 한번 그의 업적을 기렸다.
 
해리 그렉은 결코 자신이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용감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는 진정한 영웅이었지만 언제나 겸손했던 남자였다.
 

1932. 10. 27~2020. 02. 16
 
 
 

 
 

제게 감사해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는 그저 해야할 일을 했습니다. 저는 영웅으로 불리며 살아왔지만, 영웅이 아닙니다. 진정한 영웅은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를 알고 용감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날, 저는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해리 그렉-